신나는 민원에피소드 - 그놈 욕소리(1)

2021. 3. 28. 13:35나는야 민원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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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숨 쉬고 있다.

다양한 모습, 성격을 가진 사람 그리고 각기 다른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

 

나는 여전히 민원담당자다.

그래. 매일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사람.

민원업무를 수년째 하면서 남들보다 멘탈도 강하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지만 간혹 멘털이 쿠크다스처럼 박살 나는 날도 있다.

 

이 시대에 매일 고생하고 있는 민원담당자(또는 그에 준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오늘도 에피소드를 풀어본다.

 

오늘의 주제는 ‘그놈 욕소리’이다.

 

때는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여 온 세상이 어수선했던 5월 어느 날.

열심히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목소리의 남성이었다.

 

‘제가 보험료 낼 돈이 없어서 보험을 해지했는데, 사기를 당했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남성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약 1년 동안 보험료를 매월 납입해왔는데 갑자기 생활비가 부족하여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당연히 보험계약을 체결할때 중도 해지 시 돌려받는 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다는 안내를 몇 차례 받았음에도 막상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 수준을 돌려받는다고 하니 화가 잔뜩 난 것이다.

 

그 고객의 얘기를 듣고 청약서와 상품설명서를 모두 확인해보니 계약체결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미 콜센터 직원들에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했단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돈이 급한건 알겠지만 언제 봤다고 직원들한테 욕을 하나?

민원을 오래 해오면서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해보았지만 가장 최악은 욕을 하는 사람이다.

철천지 원수도 아니고 감정의 골이 깊은것도 아닌데 본 적도 없는 상대에게 욕을 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사람이 확실하다.

 

이 고객의 통화이력을 대략적으로 살펴본 후 아주 강하게 응대를 해줘야겠다는 투지가 불타올랐다.

‘고객님. 계약은 정상적으로 체결되었구요, 가입한 지 1년 만에 중도해지를 하셨기 때문에 환급금이 매우 적은 거예요.’라며 나름 친절하게 안내를 해보았다.

 

친절함이 통했을까?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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