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민원에피소드 - 그놈 욕소리(2)

2021. 3. 29. 20:08나는야 민원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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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야 이 10+8아기야.’

내가 너 당장 찾아가서 죽이겠다.’

‘멍멍이 같은 놈아’ 등등

자기 뜻대로 안되니 바로 욕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다 들은 후에 딱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욕하시면 곧바로 전화를 끊겠습니다.’ 뚜뚜뚜뚜뚜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전화가 왔고 당연히 그 고객이었다.

이번엔 시작부터 욕이었고, 나는 아무 감정없이 ‘욕하신 관계로 전화를 끊겠습니다.’ 뚜뚜뚜뚜뚜

놀랍게도 고객은 10차례나 바로 전화를 걸어 예외없이 욕만 퍼부어댔다.

나 역시 멘탈갑으로서 앵무새처럼 똑같은 멘트로 전화를 끊기를 반복했다.

 

절대 질 수 없다.’

한일전 축구에 임하는 선수들의 투지가 과연 이정도였을까.

곧죽어도 일본에게는 질 수 없다는 한국인의 긍지처럼 입이 거친 이 고객에게 한 순간도 지고 싶지 않았다.

10차례 전화를 걸고 끊고를 반복한 뒤 그 고객도 지쳤던지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이긴 것이다.’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자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던 동료들이 고생했다며 격려를 해주었고, 나는 승리의 기쁨에 표효했다.

 

근데 내가 큰 착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건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전화가 왔고 어제의 그 거친 고객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응대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어제와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본인의 불만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또 그 차분한 목소리에 속아 친절하게 안내를 했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갑자기 그 안내를 듣자마자 고객은또 욕을 했다. 

역시 나는 또 속은 것이다.

 

절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이렇게 매번 또 속다니….

이제는 나도 참지 않기로 했고, 욕을 하면 더이상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어떤 응대도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연히 이 안내 후 전화도 끊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고객은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 세상의 모든 욕이란 욕은 다 시전하였고

이번 기회에 나의 욕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

그렇게 3일 동안 총 백 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지만 나는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그 고객은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 업무를 하면서 동일인에게 가장 많은 전화를 받은 기록이 아닐까싶다.

나도 나지만 수 많은 전화를 하면서 시종일관 욕을 할 수 있었던 그 30대 중반의 젊은 고객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바로 욕설은 절대 용인되서는 안된다.

지금도 매 순간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업무담당자들이 많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욕은 하지말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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